국가의 재앙이나 재난이 있을 때 신속히 대처하는 지도자를 보며 국민들은 ‘우리가 지도자를 참 잘 뽑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9·11테러 현장 화염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상황을 둘러보는 부시 미국 대통령을 본 미국 국민들도 대통령이 무엇인가를 조치하리라는 기대와 함께 그 같은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결국 이라크를 공격하고 초강군사대국으로 <21세기 로마제국>을 꿈꾸고 있지만 지도자가 현장에 있는 리더십은 믿음직한 것임에 틀림없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12일밤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연극 관람을 한 일이 논란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 요정정치 1번지였던 삼청각에서 비서·경호실장 부부와 가족이 함께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를 관람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것을 보면 아무래도 국감은 필요한 것 같다.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은 “중앙재해대책본부가 비상근무에 들어갔는데 재난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연극을 관람한 것이 적절하냐”고 물었다.

단연코 적절하지 못하다. 그날 대통령이 있는 먼쪽은 태풍의 영향권과 거리가 먼지 모르나 이날 제주도를 비롯 피해지역 주민들은 공포속에 뜬눈으로 밤을 지샌날이었다.

연극 관람 논란이 일자 문득 기억나는 게 있다.

다음날인 13일 모 방송의 정오 라디오뉴스다.

이날 뉴스는 20여분 내내 태풍피해 속보였다.

그런데 뉴스말미에 대통령 동정을 전했다.

행자부장관으로부터 태풍피해를 보고 받았고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피해복구에 만전을 기하도록했다는 내용이었다. 뒤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오늘 재해대책본부를 방문하지 않고 피해상황을 보고받은 후 피해지역 등의 현지 방문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경기를 제외한 전지역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될 만큼의 엄청난 재앙이었다. 그런데도 다음날인 13일에도 재해대책본부조차 방문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대통령의 현장방문을 TV를 통해 본 것은 14일이며 일부는 피해지역이 넓어 헬기로 둘러보는 모습이었다.

그러기에 12일밤 예정에 잡힌 ‘인당수 사랑가’를 태연하게 관람한 것이다.

95년 1월 고베 지진 현장취재 때 일이 생각난다.

아비규환의 지진을 당하자 전 세계가 일본돕기에 나섰다.

구호금품은 물론 스위스에서는 매몰된 인명수색을 위한 개(犬)를 보내왔다.

그런데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일본 수상은 지진이 있고 한참 후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자 일본 국민들은 고령의 무라야마에게 ‘스위스의 개보다 늦은 수상’이라고 비난을 했다.

매일 TV에 등장하던 우리의 젊은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이 넋나간 채 낙심하던 9월13일에는 무엇을 했는지가 궁금하다.

김진표 부총리는 이날 제주에서 골프를 쳤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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