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시간올봄, 4‧3 75주년 추념일 행사가 있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권력에 의해 무력탄압이었음을 사과한 바가 있다. 하지만 올해는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은 추념행사였다. 대통령이 참석하든 안하든 그게 본질은 아니다. 아직도 묻힌 진실은 많을 것이라는 게 본질이다. 한 번도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한 번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목소리를 드러내는 일은 절박하고 시급해졌다. 4‧3과 여성의 기억을 드러내 표현한 것은 아마도 현기영 소설 『순이삼촌』(1978)이 처음일 것이다. 이 소설은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주
“언제까지 성평등 이야기 할 거야? 우리집은 이미 남녀가 평등한데?”소소한 모임 자리에서 ‘성평등’이 주제로 떠오르면 심심찮게 듣는 얘기다. 목소리에는 불만이 섞여 있다. 어떤 근거로 말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따져가며 말을 해야할 지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설거지‧쓰레기 분리수거 몇 번 하고, 월급 통장을 아내에게 맡기는 것을 성평등이라 생각하는 걸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생각이 그 사회의 인권지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한다면, 혹시 여성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