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2일 찾은 서이초 추모 공간에 붙어있던 포스트잇. (사진=종이호랑이)
지난 7월22일 찾은 서이초 추모 공간에 붙어있던 포스트잇. (사진=종이호랑이)

 

선생님이 학교 교실에서 돌아가셨대. 이게 무슨 일이지?

엄마에게 카톡을 남기고 유튜브 생중계를 보며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계속되는 조문 행렬에 학교는 정문을 막았고, 조문 온 교사들은 땡볕에 ‘열어라‘를 외쳤다. 누가 근무지에서 자살을 생각할 수 있을까. 매일 만나고 가르치는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혼자 교실에 남아 도대체 무슨 생각이 들었길래 선생님은 교실 옆 작은 창고에서 생을 마감하셨을까. 

뉴스를 보고 무작정 비행기표를 끊어 서이초등학교를 찾았다. 학교 안에 마련된 추모 공간엔 영정 사진이나 이름조차 없었다. 고작 테이블 3개. 전국의 교사들은 자발적 추모의 방법으로 화환을 보냈지만 동네 커뮤니티 카페에서 ‘우리 애들이 불안해하고 트라우마가 생길까 걱정되니 화환을 보내지 말아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인데 교육자가 되어서 이러면 안 되지 않냐’며, ‘다들 미친 거 같다’고, ‘너무들 한다’는 내용과 함께…. 아 이게 우리의 현실인가. 죽어도 이 정도 취급밖에 받지 못하는 존재인가. 우리는 동료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지도 못하나? 울분이 터졌다.

사회가 기대하는 ‘참 교사’가 되겠다고 참기만 했다. 그래서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건가 싶었다. 교사도 사람인데 ‘선생님이 어떻게 그래? 그래도 스승이잖아’ 라는 ‘성직자’ 프레임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동안 ‘금쪽이’ 학생과 그 학부모의 민원에 몸과 마음이 병나는 걸 참았던 대가가 이런 건가하는 생각이 들어 억울하고 분했다.

서이초 추모 공간에 붙은 포스트잇. 7월22일 촬영. (사진=종이호랑이)
서이초 추모 공간에 붙은 포스트잇. 7월22일 촬영. (사진=종이호랑이)

 

자꾸만 내가 죽은 거 같았다.

 

서이초 교사는 과거의 나였고, 미래의 나였다. 추모 공간에는 하나 같이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이 죽음은 모두의 일임을 느꼈다. 얼마나 막막했을지, 얼마나 많은 울분을 삼켰을지 알기에 선배 교사로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기 어려운 황망한 마음이었다. 

선생님이 죽고 나도 죽었다. 선생님의 억울함이, 선생님이 받은 고통이, 나를 그리고 우리 모두를 몇 년 전 그날로 돌려놓았고, 수없이 많은 잠을 설친 그때로, 모든 잘못을 내 잘못으로 여기던 그때로 돌아가 죽었다. 여기에 이름도 없는 추모공간의 주인공이 내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아팠다. 

퇴근길에 울고, 집에 와서 혼자 쭈그려 앉아 몇 날 며칠을 울었던 기억이 삐져나와 자꾸 괴롭다. 병가를 쓰고 쉬면서도 집에서 혼자 갑자기 나쁜 맘을 먹을까 걱정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선생님을 잃은 자괴감과 그때의 가엽던 내가 떠올라 슬픔이 감당이 되지 않았다. 교사들이 오롯이 혼자 짊어지고 있던 아픔이, 곪고 있던 문제가 끝내 터졌다.
 

지난 7월22일 찾은 서이초 추모 공간 앞에 서있던 화한. (사진=종이호랑이)
지난 7월22일 찾은 서이초 추모 공간 앞에 서있던 화한. (사진=종이호랑이)

 

내일 또 다른 동료를 잃을까 두렵다.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학교에서 죽음을 두려워 해야 한단 말인가. 다들 언제고 터질 문제이며, 내가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받아온 학부모의 민원은 교사가 되기 전까진 상상도 못했을 종류였다.

우리 애를 왜 00이랑 같은 반에 넣었냐, 걔네들이 작년에 싸운 거 모르시냐. 

우리 애가 선생님이 무섭다고 한다, 작년 담임은 친절했는데 선생님은 안 그러신 거 같아서 걱정이 된다.

우리 애 마음이 여려서 선생님 지도에 상처받았다, 지금 너무 화가 나서 교육청에 바로 민원 넣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먼저 연락드렸다.

우리 애가 예민하니까 비위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애가 아프거나 누워있으면 그냥 놔둬야지 왜 깨우냐. 밤늦게까지 학원다니는데.

주말에만 보는 부모보다 주중에 계속 같이 있는 선생님이 애를 더 잘 알아야 하지 않느냐.

우리 아이가 최우선인 ‘무균실’에서 자라 이기적인 ‘금쪽이’의 행동과 그 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해 교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머지 다수의 학생들은 피해자가 된다. 이런 민원은 짧게는 하루에서 일주일, 길게는 1년 내내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게 하였다.(나는 초등학교 교사보다 상대적으로 민원이 적은 중·고등학교 교사다.) 내가 학부모의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로 힘들어했을 때 동료 교사들이 해주던 말이 생각이 난다. 선생님 잘못이 아니니 절대 자책하지 말라고.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다.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거나 직위 해제에 처해본 적은 없으니까. 교육청에 민원이 들어가서 조사를 받거나 월급이 삭감됐다거나, 사비로 변호사를 선임한 적도 없으니까. 그렇다고 내 교직 생활이 행복했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천운’으로 버텼다. 서이초 교사의 비극은 언제든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학교는 매일이 살얼음판이다. 학생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 직위 해제까지 이르러도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정당한 지도였음이 밝혀져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나는 잠재적 아동학대자인 대한민국의 교사이다.

교사라면 다들 한번 쯤 겪어봤을 법한 진상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보호해주지 않는 관리자. 가해자가 없는데 교사들은 왜 죽어가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살얼음판인 직장 생활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까? 의심만 되어도 신고 가능 가능한 아동학대처벌법으로 인해 예비 범죄자 취급을 받아도 교사를 지켜줄 창도, 방패도, 없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50만 교원 7차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0만여명이 모였다. (사진=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카페 제공)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50만 교원 7차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0만여명이 모였다. (사진=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 제공)

답답했다. ‘선생님 우리 뭐라도 합시다’라는 말에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교실에서 수업만 하던 교사들이 광화문에 모였다. 우리는 모여본 적이 없는데, 더군다나 집회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데.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점으로 모였다. 7월 22일 토요일 5000여명의 모임으로 시작한 추모 집회는 9월 2일 토요일 주최 측 추산 약 30만명이 되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교사는 한  자리에서 한 마음을 품었다. 

추모 집회에 용기 있게 발언한 선생님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기막히다. 진짜 이런 일이 교실에서 일어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괴하고 소름끼친다. ‘금쪽이’들이 ‘끔찍이’가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바람은 단 하나, 제발 죽음 대신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들은 배우고 싶다. 집회에 다니면서 뭔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암담하다. 9월4일. 서이초 선생님의 49재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 교사들은 이날을 ‘공교육 회복의 날’,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했다. 그 날 하루만큼은 선생님을 기억하고 추모하자는 취지였다. 

정부는 오히려 살려달라는 교사들의 절실함, 살고 싶다는 마음,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을 외면했다. 교육부의 지침을 어긴 학교장과 교원 모두에게 최대 파면이나 책임을 묻는 징계 처분을 할 수 있으며 내용에 따라선 형사고발까지 가능하다는 공문을 전국 학교에 보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50만 교원 7차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0만여명이 모였다. (사진=종이호랑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50만 교원 7차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0만여명이 모였다. (사진=종이호랑이)

사실 지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교육부와 교육청에 있다. 교사와 학부모 또는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절대로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다. 이는 인간이라면 모두가 보장받아야 되는 권리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이 지경까지 오도록 방치해놓고,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정책적 대안들을 제시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책임은 교육부과 교육청인데, 이걸 마치 학생과 교사의 갈등인 것처럼 그리고 학부모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전형적인 회피성 대응이다. 

선생님이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고통받을 때, 학교는, 교육청은, 그리고 교육부는 무엇을 했는가? 교사에 대한 징계와 직위 해제 처분 모두 교육감의 권한이지만 아동학대로 신고가 되고 고충을 겪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비상식적인 상황이다. 소속 학교 관리자는 관심이 없고, 교사들은 저 혼자 절벽 끝에 서 있고, 이 외로움 싸움 끝에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
 

왜 내 편이 아무도 없어?

선생님의 절규가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교사들은 끊임없이 자기 책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책하고 힘들어하는데 정말 몇 명이나 죽어 나가야 정부가 귀를 기울일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제발 실효성 있는 교권 보호장치를 마련해달라. 선생님을 보호해달라. 

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SNS 프로필 사진용으로 제작해 배포한 이미지. (이미지=인디스쿨)
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SNS 프로필 사진용으로 제작해 배포한 이미지. (이미지=인디스쿨)

 

*종이호랑이: 제발 오늘은 아무 일 없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출근하는 대한민국 평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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