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들여 월정리 벽화마을 조성...주민들이 바라는 사업인가?

월정리 마을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지고 해변에는 인공 포토존 시설이 들어선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4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벽화마을 조성에만 무려 3억원, 포토존 조성에는 9000만원을 들일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제주도는 2024년 어촌분야 마을단위특화개발사업에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 구좌읍 월정리,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2리를 최종 선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수산1리까지 4개 마을이 공모했고 심사 결과 수산1리는 제외됐다. 이번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상대리, 월정리, 수산2리에 2024년부터 2027년까지 각 마을 당 20억원 가량이 투입된다.

2024년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상 월정리 사업 개요(표=제주특별자치도 보도자료)
2024년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상 월정리 사업 개요(표=제주특별자치도 보도자료)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의 일반농산어촌개발 마을단위특화사업은 농어촌지역 정주여건 개선 및 소득증대 기반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 주민 쉼터 조성, 경관 개선, 지역역량강화 등의 지원과 어촌에 특화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월정리의 경우, 월정리에 특화된 어떤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지 의문이 따른다.

월정리에 추진할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업 계획이 성급하게 마련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오영훈 제주지사가 월정리에 위치한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로 인한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면서 약속한 ‘상생방안 마련’ 차원에서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월정리 마을회관(사진=다음 로드뷰)
현 월정리 마을회관(사진=다음 로드뷰)

제주도는 월정리 마을복지관 신축과 어촌계 리모델링에 10억1000만원을 들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월정 벽화마을 조성에 3억원, 월정 해변 포토존 조성에 9천만원, 지역역량강화 사업에 2억원, 사업지원에 4억원을 들인다.

월정리 벽화마을...자연석 돌담에 페인트 바르거나 철거해야 가능

문제는 사업의 적절성 여부다. 특히 벽화마을 조성에 3억원을 들인다는 계획인데 월정리 자연마을은 벽화를 그릴 담 자체가 많지 않다. 현무암 돌담으로 두른 집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군데군데 신축 혹은 리모델링한 상업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마을 내 돌담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돌담이 곳곳에 남아 있다.

벽화마을 조성을 위해 돌담 안쪽 일부 건물들의 벽에 벽화를 그리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벽화마을 조성을 하기 위해서는 돌담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기존 돌담을 철거하고 새로 담을 쌓은 뒤 벽화를 그려야 하는 상황이다. 3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할 예정인 만큼 기존 돌담 철거와 시멘트 담벼락 공사 지원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벽화마을 조성이 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성공적인 벽화마을 조성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형적인 행정 편의적 사업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과 생활 공간이 관광객들의 구경꺼리가 되어버리는 데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사업을 통해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자신의 집과 생활 공간을 구경하며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월정리 주민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까.

월정리 주민들은 생활 공간을 사진으로 찍는 관광객들을 바랄까?

월정 해변 포토존 조성 사업 역시 주민 쉼터 조성과, 경관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월정리는 관광객이 많이 붐비는 해변으로 손꼽힌다. 해변에 많은 카페와 매장이 들어섰다. 포토존 조성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포토존이 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상업화의 압력으로 신축건물들이 더 들어서면 월정리 마을의 돌담은 앞으로 점점 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상업화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기존 거주민 내몰림 현상)은 주민과 함께 지역의 정체성까지 지역 밖으로 내몬다. 벽화마을은 월정리 주민들의 젠트리피케이션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월정리 마을길(사진=다음 로드뷰)
월정리 마을길(사진=다음 로드뷰)

벽화 조성과 함께 관리도 문제다. 벽화마을 조성하더라도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나 바닷가 마을인 월정리는 바람에 염분이 많이 실린다. 벽화에 발린 도료가 빠르게 부식될 수 있다.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벽화들이 미관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벽화가 흉물로 전락할 수 있고 주민들의 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상업화로 인해 월정리의 돌담이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월정리 마을이 제주의 전통마을다운 분위기를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돌담마을' 조성 지원 정책이 한 예가 될 수도 있다.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이 바라는 것은 벽화마을이 아니라 '제주다운 마을'이 아닐까.

월정리 상생방안...피해 호소해온 해녀들을 위한 상생방안 제시해야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일부 인정했다. 상생방안 마련 차원에서 월정리를 이번 사업에 선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도 관계자는 “그런 부분도 없잖아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심의를 거쳐 사업 대상을 선정했다고 한다. 심사 회의록은 없다.

벽화마을 조성에 편성된 과도한 사업비에 대해 묻자 도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우리가 평가한 것은 예비계획이다. 앞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단가가 맞지 않다는 의견이 오면 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피해는 해녀들이 보는데 제주도가 내놓는 상생방안의 이득은 누가 챙기는 것일까. 이런 고민이 필요하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를 재개하면서 약속한 상생 방안은 주민들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오랫동안 하수처리장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온 해녀들을 위한 상생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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