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심리로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오영훈 제주지사에 대한 2번째 공판이 열린 19일, 오 지사가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심리로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오영훈 제주지사에 대한 2번째 공판이 열린 19일, 오 지사가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에 대한 공판에서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관여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오 지사를 신고한 당사자가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9일 공직선거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지사와 사단법인 대표 A씨, 정원태 제주도 서울본부장, 김태형 도 대외협력특별보좌관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B씨에 대한 두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A씨의 직무상·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기간 전인 지난해 5월 16일 오영훈 당시 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공약 홍보를 위한 협약식을 열고, 이를 언론에 보도되게 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오 지사와 A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A씨로부터 컨설팅 명목인 협약식 개최비 55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B씨는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동영상 2편을 살펴보고,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법정에서 재생된 영상은 지난해 5월 16일 오영훈 당시 후보 캠프에서 진행된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현장으로 27분 분량이다. 또다른 영상은 지난해 11월 23일 오영훈 지사가 제주도청에서 개최한 '검찰 기소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으로 10분 분량이다.

검찰은 첫번째 영상을 11개 구간으로 나눠 증거 요지를 설명했다. 오 지사의 당시 발언 내용과 협약식 경위에 대한 설명, 협약식 서명 방식,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등이다.

검찰은 20개 업체와의 협약을 체결하는 문서인 협약서 초안에는 오 지사의 서명란이 있었으나, 행사 당일 해당 서명란이 삭제됐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협약식 규모는 미정된 상황에서, 당시 상대 당 후보인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제주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규모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협약식이라는 행사는 협력업체가 모여야하기 때문에 사전에 일정 협의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해 5월 7일 이후부터는 행사에 사용될 메시지 내용까지 공유가 됐고, 오 지사가 행사 전날 의사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 지사 측은 A씨와 B씨가 오 지사의 의사와 무관하게 행사를 기획했으며, 오 지사는 인사차 자리에 참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 지사 측 변호인은 "당시 후보였던 오 지사가 특정 기업들과 서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오 지사는 이를 생각해본 적도 없고, 행사 전날에야 기획 내용에 대해 파악했기 때문에 예측할 수도 없었다. 미리 예정돼 있던 업체와의 간담회에서 덕담을 나눈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법정에는 오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처음 제기한 신고자 C씨가 증인석에 서기도 했다. 지난해 5월 16일 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오 지사를 신고한 그는 B씨가 대표로 있는 사단법인 소속 기업 대표다.

C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감귤 활용 창업 준비를 하던 그는 육지부 기업 대표가 제주에 와 컨설팅을 해줄 것이라는 소식을 사단법인 측으로부터 듣고 참석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며칠 뒤 법인 관계자에게 오영훈 선거사무소로 행사 장소가 바뀌었다는 연락이 왔다. 컨설팅 멘토들의 항공편 시간을 고려하면 공항과 가까워야 하는데, 공간이 마땅치 않아 오 후보 선거사무소 한 켠을 빌려 강의를 진행하게 됐다는 것.

하지만 행사 당일에 찾아간 오 후보 선거사무소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오 후보가 당시 참석한 기업 대표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각각의 자리마다 오 후보 선거 홍보물로 추정되는 리플릿이 자리마다 올려져 있었다. 

C씨는 "당시 격하게 항의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관위에 신고를 했다.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상황에서 도움을 받고자 신청한 자리인데, 당황스러웠다"면서 "회의실을 빌릴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됐는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아 이용 당한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반대신문에 나선 오 지사 측 변호인이 해당 리플릿을 선거홍보물로 인식한 이유에 대해서 묻자 "1년 전 일이라 자세한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안면이 있는 다른 기업 대표들도 '이거 선거 내용 맞지?'라면서 수근대고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 측이 재신문 과정에서 실제 오 지사의 선거 홍보물을 제시하며 형식이 유사하냐고 묻자 오 지사 측 변호인이 "유도신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유도심문으로 보기 어렵다고 제지시켰고, C씨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0일 오후 2시 세번째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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