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노스(푸른색)와 글로벌 사우스(붉은색). (이미지=ISPI 홈페이지)
글로벌 노스(푸른색)와 글로벌 사우스(붉은색). (이미지=ISPI 홈페이지)

기후위기 대응전략은 크게 ‘완화’와 ‘적응’으로 나뉜다. ‘완화’전략은 기후위기의 원인인 온실가스배출을 줄이거나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집·저장하기 위한 정책과 활동을 말하며, ‘적응’전략은 ‘기후위기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피해와 자연재해에 대한 적응역량과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활동’을 일컫는다. ‘완화’전략은 직접적으로 지구기온상승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한다면, ‘적응’전략은 현재 나타나고 있거나 미래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위기의 파급효과와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이러한 ‘완화’와 ‘적응’전략에 앞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본관점이자 원칙으로써 ‘기후정의’를 분명히 세워내는 게 중요하다. 기후위기의 원인에는 ‘온실가스배출’이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기후불평등체제’도 기후위기의 핵심적인 원인이자 결과로써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와 석유기업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 소수의 부유한 사람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배출책임이 거의 없는 태평양의 섬나라,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와 대다수 사람들은 오히려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후불평등체제, 기후부정의를 바로잡아야 하고, 이윤추구중심의 무한한 성장체제를 다른 체제로 ‘전환’하는, 사회경제적 체제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제시되고 있는 전략의 하나가 정의로운 전환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1970~1980년대 미국 노동운동에서 제기되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에너지전환을 비롯한 산업 재편 속에서 노동자의 희생 없는 보다 친노동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이는 산업 현장과 지역 공동체에서 일자리와 경제를 운용하는 사회경제적 대안 모색으로까지 확장되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전문에는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좋은 일자리 및 양질의 직업창출이 매우 필요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국제노동기구(ILO) 가이드라인으로 채택되기도 하였다.

(사진=그린피스)
(사진=그린피스)

우리나라에서 2021년 제정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도 포함되어 있다.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으로 정의된다. 다만 이 내용은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노동자에 대한 보상과 직업 교육, 알선 등으로만 받아들여진다.

피해를 받는 당사자들의 주도적인 참여와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불평등체제의 극복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대한 언급이 생략되어 있어 한계가 뚜렷하다. 노동자 등 피해당사자의 주도적 참여없이는 정의로울 수 없음이 분명하며, 구조적 요인의 변화 없이는 ‘전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전환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녹색 일자리’이다. 녹색일자리는  여러 가지로 정의되고 있지만 ILO는 “제조업, 건설 등 전통적인 부문에서나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등 새롭게 떠오르는 녹색 부문에서 환경을 보존하거나 복원하는 데 기여하는 괜찮은 일자리”라고 정의한다. △에너지 및 원자재 효율성 향상 △온실가스 배출 제한 △폐기물 및 오염 최소화 △생태계 보호 및 복원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적응 지원을 특징으로 한다. 또 다른 특징으로 ‘노동집약성’과 ‘지역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녹색일자리로 거론되는 것이 ‘재생에너지 일자리’이다. 재생에너지 일자리는 설계부터 제작, 설치, 수송, 유지·보수·관리, 폐기 등에 이르기까지 일자리 사슬이 매우 길며, 그리고 각각의 단계에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학력수준의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숙련도에 따라 다양한 일거리가 만들어진다는 의미이다. 청년층이 많이 진출하고 있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는 중앙집중식이 아닌 분산형 에너지체제이므로 ‘지역성’을 띨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일자리이외에도 교통부문일자리, 돌봄일자리, 건물 등 에너지효율화부문 일자리 등이 녹색일자리 종류로 일컬어진다. 한국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적절한 투자를 할 경우 2030년까지 일자리 81만~86만 개, 2031년부터 2050년까지는 90만~120만 개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미국 PERI에 의뢰한 '한국 에너지 대전환의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 자료 중 일자리 창출 예측 분석. (자료=그린피스 홈페이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미국 PERI에 의뢰한 '한국 에너지 대전환의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 자료 중 일자리 창출 예측 분석. (자료=그린피스 홈페이지)

민선8기 제주도정은 ‘일자리대책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시행중이나,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민선 8기 제주도정의 일자리계획은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일자리 변화는 예상하면서, 직간접 영향이 미칠 부문에 대한 고용 전망과 대응 방안은 제대로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민선 8기 녹색일자리 계획은 주로 에너지전환 및 전기차 부문에 집중되어 있으며, 건물·운송 등 인프라의 전환부문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이다. 

이는 제주도정이 일자리 정책기조를 ‘미래산업과 상장기업 20개 육성 유치를 핵심 경제 정책’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제주도정이 추구해왔던 ‘성장과 개발’을 핵심기조로 하여, 민간기업 중심의 ‘기업친화적 제주’를 만들겠다는 경제전략을 유지하고 있음으로 인해, ‘녹색일자리’의 다양함과 풍부함, 지역성은 고려되지 않고 오직 ‘산업육성’과의 관련 속에서만 고려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위기를 낳은 산업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기조 속에서 제대로 된 ‘녹색일자리’정책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녹색일자리’정책의 미흡함 속에서 제주청년의 미래도 불투명해보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제주지역 임금은 289만원으로 전국 평균 349만원보다 60만원이나 적다. 서울과 비교하면 129만원이나 적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열악하다. 제주지역의 일자리 중 5인 미만 사업장은 3개중 1개꼴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의 표상으로 일컬어진다.

이에 따라 많은 제주지역 청년들이 서울과 수도권 등 육지로 떠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주지역 청년 인구수는 2018년 17만8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는 16만4000명으로 감소했고, 전체 인구에서의 비중도 2018년 26.6%에서 24.2%로 줄어든 상황이다. 일자리 부족 및 열악한 근로환경, 높은 생활물가와 주거비용, 문화·교육·교통 등 생활인프라 부족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지난해 호남지방통계청과 제주특별자치도가 발표한 '2022 제주청년 통계'. (자료=호남지방통계청)
지난해 호남지방통계청과 제주특별자치도가 발표한 '2022 제주청년 통계'. (자료=호남지방통계청)

물론 청년인구의 서울 등 수도권, 대도시로의 유출현상은 제주도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지방의 전체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극복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아니한가. 특히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필수적인 산업전환의 시대를 맞이하여 대안전략으로 거론되는 정의로운 전환 및 녹색일자리의 창출이 무엇보다도 중앙정부의 의무와 책임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에 못지않게 올바른 철학과 관점에 입각하여 제주도정의 강력한 의지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도민의 관심과 역량, 행동 또한 필수적이다. 그러할 때만이 기후위기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기후정의의 실현과 체제전환을 가능케 하여, 제주의 미래와 더불어 제주 청년의 미래도 밝게 열릴 것이다.

기후위기, 불평등, 일자리, 저임금, 청년의 미래는 각각 떨어져 있지 않고, 긴밀하게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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