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자료사진. (사진=기상청 홈페이지)
엘니뇨 자료사진. (사진=기상청 홈페이지)

2023년은 가장 무더운 해로 기록된다.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수개월 동안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현상에 의한 것이라고도 여겨지지만, 무엇보다도 그 원인은 온실가스배출에 의한 지구기온상승의 영향임이 명백하다고 지구과학자들은 지적한다. 산업화이전 평균기온보다 섭씨 1.5도를 넘은 날도 있었고, 11월에는 처음으로 2도를 넘는 날을 기록했다고도 한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인 온도상승한계를 넘은 기록이다. 다만 아직은 일시적인 상승일 뿐,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이에 따라 가뭄, 홍수, 폭염, 산불 등 기후재난도 세계 곳곳을 휩쓸었다. 남미는 겨울철에 폭염주의보가 떨어졌고 캐나다에선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을 30% 증가시킨 산불이 발생하여 수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또 아마존 유역, 서아프리카 등지에선 극심한 가뭄이, 한국과 미국, 유럽, 인도 등에선 급작스러운 폭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바닷물 온도 역시 이례적으로 높은 온도를 기록하였다. 기후변화에 의한 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 닥친 재난이기도 하다. 건강, 식량 안보, 물 관리 및 환경 등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해마다 늘어나는 중이다.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팀에 의하면 폭염이 인간의 건강, 농업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으로 전 세계가 총 16조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추산한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저소득 국가에서 더 큰 것으로 드러난다. 상위 10% 국가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에서 평균 1.5% 손실을 입은 반면 하위 10% 국가에서는 평균 6.7%의 손실을 입는다. 기후불평등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매년 1월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열리는(올해는 1월 15일~19일에 열린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4 글로벌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극한 기후’가 2024년에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위험으로 꼽혔다. 그리고 향후 10년 안에 글로벌 위기를 야기할 변수로 1위 ‘극한 기후’, 2위 ‘지구 시스템의 임계점 변화’, 3위 ‘생물다양성과 생태시스템 붕괴’, 4위 ‘자연자원 부족’ 등이 꼽혔다. 그 외에도 ‘사회양극화’ ‘잘못된 허위정보’ ‘AI 등 기술의 발전’ 등이 꼽혔다.   

왼쪽은 2년 간 전 지구적 위기를 가져올 요인, 오른쪽은 향후 10년 간 전 지구적 위기를 가져올 요인을 순위화한 표. (표=세계경제포럼)
왼쪽은 2년 간 전 지구적 위기를 가져올 요인, 오른쪽은 향후 10년 간 전 지구적 위기를 가져올 요인을 순위화한 표. (표=세계경제포럼)

 

세계기상기구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의 기상청을 포함한 기후과학진영은 공통적으로 올해 2024년은 2023년보다 더 더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엘니뇨현상이 올해에도 지속될 뿐 아니라, 기후위기의 원인인 화석연료의 사용과 그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줄어들 기미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에 의하면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409억톤에 달한다. 이중 화석연료로 인한 배출이 368억톤을 차지하여 비중이 90%에 이른다. 나머지 10%는 산림파괴 등 토지이용의 변화로 인한 것이다. 이는 2022년보다 1.1% 증가한 것이다. 화석연료 배출량 중 석탄이 41%, 석유 32%, 가스 21%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시멘트 및 기타배출원이 차지한다. 

현재의 배출량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캜 오를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한다. 유럽연합과 미국이 각각 배출량을 이전 대비 7.4%, 3.0% 줄였지만 인도에서 8.2%, 중국에서 4.0% 증가했다고 한다. 화석연료 종류별로 보면 석유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2022년 대비 1.5% 많아지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석탄이 1.1%, 가스가 0.5% 전년대비 증가하였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2023년에 발표한 ‘기후 평등: 99%를 위한 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지구촌 상위 1%의 슈퍼리치(7700만명)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6%를 차지한다. 이는 지구 인구의 66%를 차지하는 빈곤층 50억명이 배출하는 양과 같은 수준이다. 소득기준을 상위10%로 넓히면 이들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전체 배출량의 절반에 이른다.

2023년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열린 COP28(28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는 개최지가 산유국이기도 하고, 의장이 석유기업 CEO출신임을 반영하듯이 화석연료기업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합의가 이뤄졌다.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아닌,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ing away)’이라는 문구로 합의문이 발표되었다. 올해 열리는 COP29도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며, 의장역할을 석유기업임원출신인 환경장관이 맡게 되어 벌써부터 화석연료기업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중이다.

COP28이 시작되기 전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보고서에서 협약 당사국 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1.5도 제한’ 목표 달성에 역부족이라고 하고, ‘모든 분야에서 파리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라고 평가하긴 하였지만, COP28의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에서  당사국들은 ‘1.5도 제한 목표’를 번복하지는 않았다. 지구기온 상승 목표달성이 어려워지고 있긴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올해에 협약당사국은 2035년까지 국가별감축목표(NDC)를 다시 제출하기로 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의 2023년 평균기온이 13.7도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였고, 이는 이전 최고 기록인 2016년과 비교했을 때 0.1도 더 높다고 한다. 연평균 강수량은  1973년 1038.9㎜에서 2020년엔 1629.9㎜로 60% 가까이 증가하였고, 이전에는 많은 비가 한 달여의 시간을 두고 골고루 내리는 경향이었지만, 최근에는 단시간에 집중되는 ‘극한 강수’경향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한반도 해수면은 지난 30년 동안 10센티 높아졌으며, 상승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해수면 온도도 점점 상승하여 지금과 같이 탄소배출을 지속할 경우 2060년에는 2.2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에 따라 ‘초강력태풍’의 발생도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제주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2023년이 역대 가장 최고기온은 아니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하였고, 9월 기온은 가장 높았다고 한다. 그에 따라 폭염과 열대야 일수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봄,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은 더 길어지는 계절양상을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상청은 1년 이하 단위로 기온전망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 12월부터 ‘6개월 기온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온실가스배출 감소를 위한 한국정부와 제주도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기후위기 대응기금예산을 2023년보다 적게 배정하였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대신에 석탄발전의 퇴출은 더디게 진행하고, 오히려 ‘무탄소 전원’이란 명분을 가지고, 핵발전을 4기 이상 더 건설할 예정이다. 

부산 기장에 위치한 신고리 3, 4호기 핵발전소.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부산 기장에 위치한 신고리 3, 4호기 핵발전소.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핵발전은 방사능의 위험이 있고, 핵 폐기물(핵쓰레기)의 처분방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핵발전이 ‘값싼 전기’라는 것도 과거의 일이고,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비싼 전기가 되는 것이 요즘 추세이다.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정부는 여기에 올인하고 있다.

제주도정의 기후위기대응대책도 미비하다. 제주도가 올해부터 ‘탄소중립도시’ 사업 예비대상지로  선정되어 기후위기 대응 대책을 더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지만 버스준공영제의 폐단을 버스노선수와 운행대수를 줄이는 것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듯이 기후위기 대응과는 거리가 먼 대책을 내놓기도 하고, 우주산업, UAM 등을 ‘미래산업’으로 명명하고, 산업육성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기후위기를 낳은 기존의 ‘성장전략’기조를 답습하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제주도에 LNG발전소 2기(600MW)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탈탄소’관련 제주도정의 입장이 분명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제주도 소관업무가 아니어서인지는 몰라도 입장을 찾기가 힘들다. 외주용역으로 맡겨진 ‘제1차 제주도 탄소중립녹생성장계획’은 일부 관련자만이 아니라, 언제 ‘도민의 뜻’을 묻고, 의견을 수렴할지, 약속한 기한을 지나 해를 넘긴 상황이다.

COP에서 ‘화석연료’라는 단어가 포함되기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듯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여정은 길고 험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과 수년전만 하더라도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사라져야 할 에너지원이고,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할 거라는 점을 전 지구적으로 합의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었듯이, 기후불평등을 해결하고 동시에 소득불평등 등 삶의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성장’을 기조로 짜여있는 사회경제체제를 다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추구하는 ‘기후정의’의 길을 상상하고  만들어가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지구 기온이 더욱 더 높아질 것이 예상되는 2024년은 높아지는 기온과 더불어 ‘기후정의’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한다. 시작하며 내딛는 걸음이 있다면, 목표 달성 또한 시작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23일 서울 숭례문과 시청 사이 세종대로에서 923 기후정의행진이 열리고 있다. (사진=923 기후정의행진 홈페이지)
지난해 9월 23일 서울 숭례문과 시청 사이 세종대로에서 923 기후정의행진이 열리고 있다. (사진=923 기후정의행진 홈페이지)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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