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OP28 홈페이지)
(사진=COP28 홈페이지)

지난 11월30일부터 중동의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서는 제28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고 있다. 오는 12일에 폐막 예정인 COP28은 ‘지구 기온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약속을 전세계 국가들이 지켜낼 수 있을지 협의하는 매우 중요한 회의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각 나라 정부대표단, 언론, NGO를 비롯한 참가자 수가 10만여 명에 달해 역대 가장 많은 참가자를 기록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국가로 지목받고 있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참석하지 않았고, 해외 순방을 자주 다니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실효성 있는 회담 결과가 도출될 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예측이 제기된다. 

또한 개최국이 대표적인 석유 산유국인 두바이이며, 의장을 맡은 술탄 알자베르는 국영석유기업의 CEO를 맡고 있기에 석유기업과 산유국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시선도 끊이지 않았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석유기업을 비롯한 화석연료기업의 이해를 대리하는 로비스트가 2천여 명이 넘게 참가했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정부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하거나 무역단체, 화석연료기업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한다. 

술탄 자베르 의장이 석유거래에 COP28을 활용할 계획이라는 내부문서가 폭로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COP28이 ‘기름에 젖은 기후정상회담 재앙’이라는 비판도 제기됐고, 저명한 기후활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와 나오미 클라인은 또 다른 ‘그린 워싱’에 불과할 것이라며 기후환경단체들은 COP28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발언하는 술탄 자베르 의장(사진=COP28 홈페이지)
발언하는 술탄 자베르 의장. (사진=COP28 홈페이지)

COP28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주제가 논의되고 있다. 

첫 번째는 Global Stocktake(GST)라고 일컬어지는 전 지구적 이행을 점검하는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세계 각 국가는 2030년까지의 국가별 탄소감축목표(NDC)를 제출해 이를 이행해왔다. GST는 개별 당사국의 노력을 종합해 전 세계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 경로를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체계이다. 1차 GST는 그 일정을 2021년에 시작했으며, 그 검토를 완료하는 단계가 COP28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세계 각 국가가 제출한 NDC가 제대로 이행되더라도 1.5도 목표는 달성이 어려울 것이며, 그마저도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평가이다. 따라서 GST는 이러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 세계 기후단체들은 2025년 이전에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2035년 NDC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의 감축 혹은 퇴출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 내용에 대한 당사국 간의 합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며 COP28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쟁점이기도 하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거론됐고 작년의 COP27에서 핵심 아젠다로 부상했다. 이에 세계 기후단체들은 공정하고, 빠르게, 모든 화석연료의 퇴출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EU 등 선진국들은 2040년까지 퇴출을 주장하지만 중국과 인도, 산유국 들은 ‘퇴출’이 아닌 ‘단계적 감축’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폐막 당일까지 합의문에 어떠한 내용이 포함될지 가장 쟁점이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8일에는 파리협정의 설계자였던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가 시작해 1000명이 넘는 지도자들이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해 COP28 정상회의에 보내기도 했다. 

세 번째는 손실과 피해기금에 관련한 내용이다. 그동안 투발루, 피지 등 작은 섬나라 협상 그룹은 1990년대 초부터 선진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속적으로 기후변화가 야기한 ‘손실과 피해’와 관련해 선진국이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기상이변으로 개발도상국이 입은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손실과 피해기금’에 대해 COP27에서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기금의 규모, 기금설치장소, 기금지출방안 등에 대한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이번 COP28 개막식 당일 기금 출범식도 함께 열려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기금 액수가 손실로 추정되고, 개발도상국이 그동안 요구했던 액수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해 허울뿐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들이 파악한 손실액 추정치는 1000억 달러에서 5800억 달러이지만 약정된 금액은 약 8억 달러에 불과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IMF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22년 화석연료에 지급된 보조금은 7조 달러에 이른다. 화석연료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을 뜻하는 ‘명시적 보조금’도 1조 3천억 달러에 달한다. 피해기금과 화석연료 보조금의 엄청난 액수 차이. 이는 역사적으로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나라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와 손실에 대해 매우 무관심함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가장 온실가스 배출책임이 큰 미국은 고작 1750만 달러를 기금에 내기로 해 비난의 표적이 됐다. 특히 이는 미국이 최근 의회를 통해 가결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 액수인 143억 달러와 비교되면서 더욱 큰 비난을 받았다. 

네 번째는 2030년까지 2022년 대비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치용량을 3배로 확대하고 에너지효율을 2배로 늘리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서는 G20에서도 이미 합의했고 100여 국가가 넘게 동의하고 있어 최종 합의문에도 포함될 것이다.

이 같은 COP28에서의 주요 쟁점과 논의 경과를 보면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탄소배출국가는 여전히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탄소배출의 책임이 없으면서도 기후위기의 피해와 손실을 입는 국가의 이해는 외면당하고 있다. 또한 탄소배출의 핵심인 석유, 석탄, 가스 등의 ‘화석자본’의 영향력은 끈질기게 이어지면서 기후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탈석탄동맹'에 참여한 주요 국가 현황. (사진=환경운동연합)
'탈석탄동맹'에 참여한 주요 국가 현황. (사진=환경운동연합)

COP28의 주요 논의주제에 대해 한국의 입장과 내용은 무엇일까?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의 NDC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권고(45% 감축)에 미치지 못하는 목표이며, 이마저도 달성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NDC를 세워야 할 상황이다. 그리고 한국은 ‘탈석탄동맹’ 참여 국가가 아니다. 탈석탄동맹은 탄소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신속히 퇴출하자며, 2017년 영국과 캐나다 주도로 결성한 조직이다. 현재 59개 중앙 정부를 비롯해 총 171개 정부·지방정부·금융기관 등이 가입해 있다. OECD 국가 중 한국, 호주, 일본, 터키 4개국이 가입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지금까지 전 세계 탄소 누적배출량의 1%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정도 배출량 책임에 걸맞는 손실과 피해기금을 내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아직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고 있지 않다. 

재생에너지를 3배 확대하자는 서명에 한국도 참여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올해 3월 발표한 제1차 탄소중립계획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0% 비율을 목표로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에서 후퇴해 ‘21%’로 낮춘 바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8% 정도이다. COP28에서 재생에너지를 3배로 확대한다는 서약에 참여했으므로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4%로 늘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예산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삭감해 제출했고,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도 없애거나 후퇴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한국은 COP28 행사 기간 중 기후 협상의 진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라들에 날마다 1~3위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인 ‘오늘의 화석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울러 국제 기후정책평가기관이 COP28 행사장에서 발표한 기후대응능력평가에서 64개 국가에서 61위를 차지했다. 한국보다 뒤진 나라는 산유국인 사우디, 이란, 아랍에미레이트 세 나라뿐이라 사실상 꼴찌였다.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3일 오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 ‘국제 기후변화 네트워크 세계도시연맹(언더2연합·Under2 Coalition)’ 총회에 참석해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사진=제주도 제공)
제주도는 3일 오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 ‘국제 기후변화 네트워크 세계도시연맹(언더2연합·Under2 Coalition)’ 총회에 참석해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사진=제주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COP28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3일에 개최된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 ‘국제 기후변화 네트워크 세계도시연맹(언더2연합·Under2 Coalition)’ 총회에 참석해 정회원으로 가입했다고 제주도는 밝혔다. 언더2연합에는 현재 45개국 200여 지방정부가 가입하여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활동한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제주도는 이번 언더2연합 가입에 따라 글로벌 탄소중립도시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계획, 기후변화 적응대책, 에너지 비전계획, 탈석탄 친환경 재생에너지 정책 등 탄소 저감 대책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언론보도를 보고 처음 눈에 띈 단어는 ‘고도화’였다. 사전을 찾아보니 ‘기술이나 생활, 문명 따위의 수준이 높아짐’이란 뜻이다. 

제주도는 이미 2012년에 2030년까지 ‘전 부문 탄소 없는 섬 조성’을 목표로 하는 ‘탄소 없는 섬 2030’(Carbon free island Jeju 2030)을 제출한 바가 있다. 이것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언더2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 목표이지만 제주도는 이미 그 시기를 훨씬 앞당겨 2030년까지 ‘탄소프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었는데, 무엇을 ’업그레이드‘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탄소프리‘와 ’탄소중립‘은 ’프리‘와 ’중립‘이란 단어가 다른 것처럼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도 다른 것일까? 이러한 의문과 궁금증을 올해 12월에 발표하기로 되어 있는 ’제1차 제주도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 풀어줄 수 있을까?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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